입하, 여름의 ‘진짜’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2020/05/05
오늘은 여름이 시작된다는 입하(立夏)입니다. 신록이 일기 시작하며 개구리 우는 소리가 들리는 입하는 ‘초여름’이란 뜻으로 맹하(孟夏), 초하(初夏), 괴하(槐夏), 유하(維夏)라고도 부르는데요.
완연한 봄처럼 느껴지는 5월이 초입이지만, 벌써 기온이 20도를 웃도는 걸 보면 초여름의 문을 열기라도 한 걸까요? 오늘은 비가 와 조금 쌀쌀한 날씨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여름이 시작되기라도 한 것처럼 맑은 날 낮 기온은 반팔을 찾을 만큼 따뜻합니다.
사실 서울을 기준으로 과거 1970년대엔 6월 초순부터 여름이 시작 됐었는데요, 2000년대에 들어서는 5월 하순까지 빨라졌죠? 점점 시작일은 빨라지고, 지속일도 길어지는 여름. 진짜 여름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요?
여름의 기준
통상적으로 우리는 여름을 6~8월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미 5월 말에도 여름처럼 느껴질 정도로 덥고, 9월에도 반팔을 입으시는 분들이 꽤 계실 텐데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여름의 정의는 한 해의 네 철 가운데 둘째 철. 봄과 가을 사이이며, 낮이 길고 더운 계절로, 달로는 6~8월, 절기(節氣)로는 입하부터 입추 전까지를 이릅니다.
절기상으로는 어떨까요? 여름의 시작인 입하부터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까지를 여름으로 보는데요. 올해 입추는 8월 7일이니, 5월 5일부터 8월 7일까지가 절기상 여름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덥다’라고 느끼면 여름이 왔다고 느끼는데요. 더운 계절을 여름으로 생각하는 것은 기상학과 관련된 개념입니다. 기상학에서는 땅에서 올라오는 복사열과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열이 더해져 가장 더워지는 시기인 6월~8월을 여름으로 잡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기상학적 관점에서 일평균 기온에 따라 계절을 나누고 있고, 여름의 경우에는 일평균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은 그 첫날을 여름의 시작일로 봅니다.
여름, 빨라지고 길어졌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는 나라죠?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중 유일하게 길어진 계절이 있습니다. 바로 여름인데요.
여름의 시작일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950년대 서울의 여름은 평균 6월 11일에 시작 됐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는 6월 5일, 1980~90년대는 6월 1일 등 점점 시작일이 빨라지는 추세인데요.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기상학적 기준으로 5월 27일에 여름이 시작됐습니다.
시작일이 무려 보름 가까이 빨라진 것인데요. 여름이 앞당겨진 것뿐만 아니라 지속기간도 길어졌습니다.
1910년대 전국 평균 여름지속일수는 95일이었지만, 1950년대는 101일, 1970년대는 105일이었고, 1990년대는 113일, 2000년대는 121일, 2010년대는 129일까지 늘어났는데요. 1910년대와 비교한다면 거의 한 달 가까이 여름이 길어진 셈입니다.
여름의 시작일은 빨라지고 지속기간이 길어진 이유는 지구 온난화 때문인데요. 사계절 모두 조금씩 기온이 오르면서, 과거엔 늦봄과 초가을에 해당했던 날들이 여름이 된 것이죠.
많은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30년 뒤에는 한반도의 여름이 4월에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봄을 다 즐기기도 전에 너무 빨리 찾아오는 여름이 아쉽다면, 환경 보호를 위한 일상 속 작은 실천을 통해 조금이나마 개선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기사작성: 웨더뉴스 뉴스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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